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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우리박물관 1호 보물 (19) 계룡산자연사박물관 ‘청운이’
미국서 태평양 건너온 80t 초식공룡
만화가 김수정씨가 창조한 애니메이션 캐릭터 아기공룡 ‘둘리’의 엄마를 기억하시나요. 충남 공주시 학봉리 ‘계룡산자연사박물관’에서는 엄마 공룡의 모델이 된 초식공룡 ‘브라키오사우루스’ 진품 화석 ‘청운이’가 관람객을 맞이합니다. 박물관이 미국 캔사스 대학과 자매결연을 맺고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2002년 공동발굴한 것이죠. 대전보건대 박물관학과 연구진이 보존처리한 결과 키 16m, 몸길이 25m, 몸무게 80t(추정)에 달하는 1억4500만년 전 거대한 공룡이 되살아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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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키오사우루스 진품 화석 ‘청운이’(뒤)와 육식공룡 알로사우루스 화석 모형. 청운이의 어깨뼈에는 알로사우루스의 이빨이 박혀 있었다.

독일 훔볼트박물관, 미국 시카고박물관에 전시된 ‘브라키오사우루스’와 달리 발톱이 좌우로 돌아가는 새로운 종이란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거대한 몸의 균형을 잡기 위해 발바닥이 땅에 닿는 면적을 넓히도록 설계된 것이죠. 그래서 ‘청운 공룡’이란 신종으로 명명됐답니다.

한글 이름을 얻고, 한국 땅에 전시된 ‘청운이’는 어쩌면 한반도에서 태어났을지도 모릅니다. 남해안 지역에는 ‘브라키오사우루스’를 비롯해 수많은 공룡 발자국 화석이 남아있거든요. 그땐 지구가 하나의 거대한 판으로 연결되어 어디로든 이동할 수 있었답니다. ‘청운이’도 ‘둘리’처럼 엄마 찾아 아메리카대륙으로 모험을 떠났을 수 있지요. 그러다 지구의 급작스런 기후 변화로 다른 공룡들처럼 멸종돼 화석이 된 채 1억4500년만에 고향에 돌아온 것이죠. 공룡시대가 한 순간 사라졌듯, 요즘의 지구 온난화를 가볍게 보지 말라고 이 땅의 어린이들에게 말해주기 위해서요.

이경희 기자

◆계룡산자연사박물관(krnamu.or.kr)=고(故) 청운 이기석(1923~2005) 박사가 계룡산 국립공원 자락에 설립한 자연사박물관. 어린이날과 단오에 연극 ‘돌아온 청운이’를 공연한다. ‘청운이’ 이야기는 동화책으로도 냈다. 올해 말까지 공룡 멸종과 오늘날의 생물 멸종의 관계를 보여주는 ‘기후변화와 자연상태’ 특별전을 연다. 042-824-40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