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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룡산 가면 ‘공룡 청운이’ 만나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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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공주시 계룡산국립공원 계곡 곳곳에는 전국에서 몰려 온 도사와 기인들이 많이 살고 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단연 압도적인 볼거리는 계룡산자연사박물관의 ‘청운이’다. 녀석을 만나기 위해 서울 대전은 물론 영남과 호남에서도 구경꾼들이 줄을 잇는다. 평일의 경우 서울에서 자동차편으로 1시간 30분, 대전에서는 30분가량 걸린다. 국립대전현충원 인근이다. 초식공룡 화석인 ‘청운이’는 길이 25m, 높이 16m에 무게가 80t이나 된다. 모리슨 지층에서 발굴됐으며, 1억4500만 살 정도로 추정된다. 고향은 미국 와이오밍 주로, 캔자스대학 팀과 대전의 청운문화재단에 의해 공동 발굴돼 2003년 한국으로 옮겨져 대전보건대 팀이 국내에서는 최초로 보존 처리한 진품 공룡 표본이다. 골격의 진품이 85% 이상 발굴돼 진품률에서 세계 최고이며, 발톱을 좌우로 움직이는 희귀종이다. 100억 원을 준다 해도 ‘물건’이 없어 구할 수 없는 ‘귀하신 몸’. 전시된 뼈대는 진품 화석을 보존 처리한 후 유리섬유로 본을 떠 만든 것.》

■ 민간규모 국내 최대 계룡산자연사박물관

한국은 공룡발자국과 알 발견지로는 세계적이지만 뼈대가 나온 것은 원형이 30% 정도 보존된 5m 크기의 하드로사우루스가 고작이다.

2004년 9월 1일 문을 연 계룡산자연사박물관은 국내 최대 최다 규모의 민간 자연사박물관. 대지 1만6000평, 건평 4500평에, 소장 자료가 30만 점에 이른다. 상설전시 자료만 5000점. 전시 유물을 그냥 죽 훑어보기만 해도 2∼3시간이 걸린다. 입구 정원에만 100여 종 150여 점의 모형 공룡이 전시된 ‘쥐라기 파크’다. 본관 입구에 있는 ‘뉴턴의 사과나무’는 1665년 영국의 물리학자 뉴턴이 자기 집 과수원에서 사과가 떨어진 것을 보고 만유인력 현상을 발견하게 한 사과나무의 4대손. 미국으로부터 기증받았다.

● 공룡 화석부터 한국 미라까지 30만점 소장

이 박물관은 ‘재미있게 저절로 배우는’이라는 슬로건 아래 유물을 전시하고 동선을 꾸민 것이 특징이다. ‘공룡의 세계’를 주제로 ‘청운이’가 당당한 위용을 자랑하고 있는 1층 전시실. ‘청운이’를 중심으로 육식공룡인 알로우루스 등 크고 작은 공룡 7마리가 청운이 발굴지인 와이오밍 모리슨지층에서 가져온 흙 위에 포진해 있다. 천장에는 새의 조상으로 추측되는 익룡이 매달려 있다. ‘청운이’ 발굴 과정과 어깨표본 척추 등 진품 화석뼈대 일부도 전시돼 있다. 그 밖에 중생대에 번성했던 파충류들의 다양한 화석을 볼 수 있다. ‘청운이’ 발굴 당시 동영상도 상영된다.

2층은 ‘생명의 땅 지구’를 소재로 우주와 은하의 기원, 지구의 생성과정 등을 볼 수 있어 우주과학에 관심이 있는 어린이들이 특히 좋아하는 곳. 각종 운석 수십 점과 지구에 존재하는 수천 점의 광물, 지구 수성 금성 목성 등 4개 행성의 표면을 볼 수 있는 첨단 회전 장비가 눈길을 끈다. 광물 중에는 자연 상태에서 빛을 내는 형광광물과 나무가 변해 오팔 등 보석류가 된 규화목이 특히 인기다.

보석류 전시장은 여성들의 발걸음이 오래도록 머무는 곳. 탄생일을 상징하는 ‘366일 탄생석’이 매일 교체 전시되고 있으며, 국가검정보석감정사 실기평가 과제인 ‘108가지 보석’, 다이아몬드 원석의 가공 과정과 다양한 모습 등을 소개하는 ‘다이아몬드 코너’도 있다. 이곳에서만은 어린이들이 어머니의 손을 이끌고 다음 전시장으로 가자고 조른다.

시베리아 툰드라 얼음 밑에서 발굴된 맘모스와 빙하기에 살았던 동굴곰, 동굴사자 등도 빼놓지 말아야 할 구경거리. 특히 동굴사자는 전 세계에 남아 있는 표본 4점 중 하나다. 사자의 조상을 연구하는 가장 귀중한 사자로 현재의 사자보다 30% 정도 크다. 지금까지 지구상에서 살았던 가장 큰 포유동물인 130t짜리 흰긴수염고래 화석도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2001년 목포 신안 앞바다에서 뼈대만 남은 상태로 발견됐다. 살아 있을 당시 길이가 30m 정도로 심장 무게만 1t가량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적 보호종으로 1만여 마리가 생존하고 있다.

3층은 ‘자연과 인간’을 소재로 한 공간. 각종 식용 약용 공업용 식물과 향료 허브식물이 망라돼 있다. 또 인체의 신비와 질병 간 관계를 설명하는 표본들도 있다. 관람객들의 시선이 가장 오래 머무는 곳은 우리나라 최고의 자연 미라인 ‘학봉장군 미라’. 2004년 5월 대전 목달동에서 조상묘 이장 중 발굴돼 자연사박물관에 기증됐다. 탄소연대측정과 족보 연구 등을 통해 매장시기(조선 초기)와 신원을 알게 됐다. 또 컴퓨터단층촬영과 내시경 검사로 소화기관에 남아있는 음식 약 기생충까지 파악했다. 학봉장군이 만성 폐질환 치료를 위해 ‘동의보감’에 나와 있는 꽃가루(포황)를 복용한 사실이 밝혀져 2009년 7월 30일 ‘동의보감’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을 당시 TV에 방영되는 등 화제가 됐다.

● “노벨상은 자연박물관 수와 비례”… 해마다 10억 적자에도 대이어

여름방학 기간 중 1박 2일간 공룡 옆에 텐트를 치고 자면서 밤하늘의 별을 관측하는 프로그램이 큰 인기. 또 지역 명사와 유지를 중심으로 한 1년 과정의 자연 과학 문화 예술 최고위과정 과정도 운영하고 있다. 설립자인 청운 이기석 박사( ·1923∼2005)는 대전 시내에서 안과 의사를 하며 다양한 봉사 활동으로 ‘의로운 안과의사’로 존경을 받은 인물로 대전보건대를 설립했다. “노벨상은 자연박물관의 수에 비례한다”는 신념으로 40여 년에 걸쳐 자신의 재산과 열정을 자연사박물관에 아낌없이 쏟아 부었다. 그가 별세한 후 차남인 자원재활용기술개발단 이강인 박사가 박물관 이사장을, 며느리인 조한희 씨가 관장을 맡아 대를 이어 헌신하고 있다. 연간 10억 원대의 적자를 감수하며 자연사박물관 발전에 애쓰고 있는 이들의 열정이 대단하다. 매주 월요일 휴관, 주말에는 각종 기획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공주=오명철 전문기자 osc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