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사박물관의 살아있는 화석, 은행나무

소 웅 영(전 대전보건대학 명예교수)

은행나무는 고사리 식물류와 마찬가지로 생식과정에서 이동능력을 가지고 있는 정자가 알세포를 수정시켜서 씨앗을 생산하므로 다른 씨앗식물에 비하면 아주 독특한 특성을 가진 식물이며 씨앗식물의 진화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재료가 된다. 지금으로부터 약 2억년 전 지구상에 나타난 은행나무류 식물들은 어려운 지구의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되어 버렸으나 그 가운데에서 은행나무만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환경에 적응하여 오늘에 이르렀기 때문에 분류학상의 소속 목(目)에 단 한 종만이 외롭게 남아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진화론자, 찰스 다윈은 은행나무에게 살아있는 화석이라는 별명을 붙여주게 된 것이다.

그러면 어려운 환경을 이겨낸 은행나무의 적응능력은 과연 어떠한가? 알아보자. 첫째로 번식능력이 아주 강한 식물이며 종자번식은 물론 삽목이나 접목, 심지어 혹덩이 줄기 형성과 같은 영양 번식도 잘 되기 때문에 극한 환경에서도 반드시 살아남는 뛰어난 적응력을 갖춘 식물이다. 신라의 마지막 왕인 경순왕이 아들, 마의태자가 금강산으로 가면서 짚고 가던 지팡이를 꽂아 놓은 것이 자라나, 오늘의 경기도 용문사의 은행나무(천연기념물 제 30호)로 되었다고 한다. 비록 구전되어온 사실일지라도 과학적인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은 왕성한 영양번식력이 있기 때문이다. 둘째로 극한환경에서도 강력한 내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탁월한 적응 능력을 갖추게 된 것이다. 1945년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떨어졌을 때, 폭심주변에 있던 은행나무는 지상부가 모두 타버렸지먄 땅속에 남아있던 뿌리에서 싹이 나와 지금도 잘 자라고 있을 정도로 내화성이 강한 특성도 가지고 있다. 은행나무는 태풍에 강한 특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유럽에서는 방풍림으로 이용되고 있으며 병충해 및 공해에 강하므로 해충, 병균 또는 공해에 의해 시들어서 죽는 경우가 거의 없는 장수식물이다.

한편 은행나무는 지구촌의 보물이란 또 하나의 별명도 가지고 있다. 보물로 보는 이유를 보면, 줄기의 목재는 고급 가구용재로 쓰이며, 열매는 식용으로 그리고 약용으로, 특히 잎은 혈액 순환제의 원료로 쓰이므로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 지구촌의 보배로운 나무이다. 또한 강력한 번식력과 극한환경에 대한 내성이 있기 때문에 아름다운 수형의 노거수로 오래도록 자랄 수 있으므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사례가 가장 많은 식물이며(모두 19그루지정)또는 부물식물로 주목되는 것이다.

우리 계룡산자연사박물관에서는 다가오는 새봄을 맞이하여 백여년의 수령을 기진 은행나무 노거수를 심어서 기념이 되는 보배로운, 그리고 살아있는 자연사 화석식물의 표본으로 활용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