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사박물관의 필수 동물 박제표본

편 강 현(대전보건대학 교수)

자연사박물관에 전시되는 표본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박제된 동물 표본이다. 진화라는 메커니즘을 통해 분화한 현생 동물들의 다양성을 보여줄 수 있는 가장 과학적이며 적합한 방법은 박제표본 전시이다.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박제”라는 용어는 한문으로 “剝製”로 껍질을 벗겨 무엇을 만든다는 뜻이다. 영어로는 “Stuffing”을 해석한 것이다. Stuffing은 안을 채운다는 말로 유럽에서 1799년대부터 발달하기 시작한 초기 박제기술에서 유래한다. 그 당시에는 동물의 가죽을 벗겨낸 후 무두질(가죽을 처리하는 기술로 영어로는 ‘tanning’이라한다.) 처리를 한 후 그 속을 짚이나 솜으로 채우고 가죽을 꿰매어 동물의 형태를 만들어내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박제들은 생물학적인 지식이 전혀 없는 기술자들에 의해 만들어져 실제 동물과는 아주 달리 잘못된 형태로 복원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20세기 초부터 동물박제를 만드는 전문가들은 해부학적 그리고 생태학적인 지식을 동원해 단순한 동물 자체의 정확한 복원을 넘어서 그 동물이 살았던 생태환경을 함께 복원해 내고 있다. 이러한 종합예술의 형태인 ‘박제학’을 외국에서는 “taxidermay”라고 부른다. Taxidermy는 “taxis”와 “derma”라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용어로 taxis는 배열하고 설치한다는 의미의 “arrangement”를 derma는 피부 혹은 가죽이라는 의미의 “skin”을 뜻한다. 사전적으로는 taxidermy는 “the art of preparing,stuufing, and mounting the skins of animals with lifelike effect”이다. 이는 살아있을 때와 같은 형태로 동물의 피부를 처리하고 안을 채워 넣은 후 살아있을 때의 환경에 설치한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박제학은 과거의 단순한 sutffing의 차원을 넘은 생물학과 예술의 만남이라 할 수 있다. 사실 북미에서는 박제한 표본을 우리나라에서 많이 사용되는 “stuffed specimen”이라고 부르기 보다는 박제제작의 마지막 과정을 포함해 “mounted specimen”이라 부르는 것을 더욱 적합한 표현이라 생각하고 있다.

  박제는 가박제와 본박제 등 두 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다. 가박제는 주로 분류학적인 연구자료로 사용되며 보관하기 편리한 모양으로 만들며 살아 있을 때의 모습을 재현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본박제는 살아있을때의 모습을 재현하는 것으로 보다 많은 기술과 학문적인 지식이 필요하다. 본 박제의 제조법은 20세기 초에 개발된 것이며, 살아 있을 때의 모습을 재현하기 위하여 근육, 힘줄, 혈몸을 석고, 플라스틱, 종이, 포리우레탄 등으로 만들고, 그것을 바탕으로 하여 위에 얇게 벗긴 가죽을 입힌다. 이러한 바탕을 만드는 작업은 조각과 거의 같을 뿐만 아니라, 몸 각 부위의 정확한 크기를 알아야 하고 살아있을 때의 생태에 대해서도 정확히 알아야 하므로 예술적 감각과 더불어 과학적 정확성이 요구되는 뛰어난 기술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