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아 놀~자

‘국보급’ 표본 가득한 계룡산자연사박물관

지난달 31일 충남 공주시 계룡산 동학사 인근에 자리 잡은 계룡산자연사박물관 정문을 들어서자 길이 25m, 높이 16m에 이르는 거대한 공룡 뼈대가 눈에 들어왔다. 이름은 ‘천우호연(별칭:청운이)’. 티라노사우루스·알로사우루스 등 온통 외국어 이름뿐인 공룡에 붙은 우리말 이름이 낯설다. 그러나 이 공룡은 계룡산자연사 박물관이 미국 캔자스대학 발굴팀에 연구비를 지원, 발굴해 붙인 한국 이름이다. 세계 공룡 목록에 한국 이름으로 새로운 종에 등록되기도 했다. 이런 크기와 골격의 85% 정도를 발굴한 초식 공룡은 세계에서도 세 마리밖에 없을 정도로 희귀하다.

계룡산자연사박물관에는 이처럼 세계적으로 희귀한 공룡 표본을 비롯한 광물·어류 등 동물 표본, 미라 등 ‘국보급’ 표본이 많다. 이 박물관은 국립 자연사박물관이 없는 한국에서 설립 2년여 만에 한국의 대표적인 자연사박물관으로 자리를 잡았다.

미라 하면 이집트를 떠올리지만 이곳에는 600여 년 전 조선시대 학봉장군의 미라 등 두 구의 미라가 전시돼 있다. 의학적으로 어떤 병으로 사망했는지를 비롯해 핵자기공명영상촬영 등 다양한 방법으로 미라를 연구한 결과를 볼 수 있는 곳이다. 살아 있을 때 29m에 이를 정도로 컸을 흰긴수염 고래뼈는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표본이다. 또 한편에 전시된 향유고래 뼈에 얽힌 이야기는 환경보호에 대한 인식을 높일 수 있다. 향유고래가 죽었을 때 배를 가르자 그 속에 폐비닐 등 썩지 않는 폐기물이 가득 나왔다는 게 박물관 측의 설명이다. 향유고래는 소화되지 않는 그런 폐기물 탓에 배고픔을 느끼지 못하고, 결국 먹지 않아 굶어 죽은 것이다. 박물관에는 우주의 탄생에서부터 지구의 출현, 지구상의 생물과 광물 등 자연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큰 솥뚜껑만한 돌 위에 네 종류의 삼엽충 화석이 몰려 있는 것도 눈길을 끈다. 국내에서 보기 드문 희귀한 표본들을 보며 잇따라 탄성을 자아내는 관람객을 박물관 여기저기서 볼 수 있었다.

계룡산자연사박물관 2004년 9월 개관했으며, 국내 최대 규모다. 고 이기석 박사가 40여 년 전부터 수집한 표본과 사재 500여억원을 들여 설립했다. 25만 점의 표본을 보유하고 있으며, 3개월에 한번씩 전시물을 바꾼다. 자연사 연구소도 운영해 굵직한 연구 성과를 내고 있기도 하다. 청소년 과학캠프, 국제학술대회 등을 열기도 한다. 홈페이지는 krnamu.or.kr 이다.

본 기사는 2007년 2월 2일자 중앙일보에 실렸던 기사임을 알려드립니다. 글 =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스미스소니언(세계 최대 자연사박물관) 이상으로 키울 것”

조 한 희 박물관장

“세계적인 자연사박물관인 미국의 스미스소니언 박물관도 처음엔 개인이 전시품과 기금을 내놓아 시작했습니다. 계룡산자연사박물관장은 “국가도 알아주지 않고 더구나 수익성도 없지만 이미 ‘공익 재산’이 돼버린 박물관을 키우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연간 수억원의 적자가 나지만 그래도 사재를 털어 세계 각지를 돌며 표본을 수집하고 있다는 그다. 희귀한 표본과 그의 열성덕에 박물관은 개관 2년여 만에 이미 연간 14만 명 정도의 관람객이 다녀갈 정도로 한국의 대표적인 명소가 되고 있다. 그는 어린이 캠프가 열린 지난주에는 어린이들과 함께 박물관 1층에 친 텐트에서 자며 자연사 공부를 시킬 정도다. “어린 시절부터 환경과 자연, 문화에 대한 인식을 공부시켜야 합니다. 외국에서는 박물관에서 이런 역할을 담당합니다.” 조관장이 어린이 캠프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교육에 나서는 이유다. 그는 박물관 안내 표지판조차 당국의 규제로 뗐다 붙였다 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조관장은 박물관과 대전보건대 설립자인 고 이기석 박사의 며느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