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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학과 과학영재들의 멘토링 만남의 현장
과학기술한림원의 ‘한림미래과학캠프’

2008년 08월 08일(금)

핵심 인재 양성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즘의 과학계에 세차게 부는 바람중의 하나가 멘토링이다. 헬렌 켈러, 마리퀴리 등 위대한 인물의 뒤에 훌륭한 멘토들이 존재했듯이, 과학영재 발굴을 위해 멘토링은 빼놓을 수 없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4일(월) 오전 11시 KAIST 터만 홀 101-A동 강의실에는 호기심어린 표정의 청소년 과학영재 12명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개최하는 ‘한림미래과학캠프’에서 그들의 멘토들을 만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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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일 KAIST에서 개최된 제1회 한림미래과학캠프. 

한림원이 ‘청소년 과학영재 사사(師事) 사업’의 일환으로 올해 첫 시행하는 캠프에서 과학영재들은 한림원이 선정한 한림원 석학들을 멘토로 삼아서 1박 2일간의 일정을 갖게 된다. 1:1사사의 방식으로 진행되는 멘토링 활동을 통해 과학영재들은 과학자의 길에 대한 확신과 정보를 얻게 될 계획이다.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영재들이지만 석학들과의 만남은 긴장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첫 만남의 어색함도 잠시. 이현구 한림원장의 따뜻한 환영사는 영재들의 부담스런 마음을 씻어내 주었고 곧바로 일정이 시작됐다.

첫 순서는 영재들의 멘토들에 대한 신고식. 전국에 산재한 과학고에서 모인 영재들은 저마다 준비해 온 주제발표를 통해 예비과학자로서의 면모를 멘토들에게 각인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한국과학영재학교 2학년 정진오군은 “한국의 천문학자들은 100명 이하로 선진국에 비해 훨씬 적은 숫자이다”며 “하지만 우주인도 생기고 고흥 우주기지도 탄생하는 등 앞으로의 전망이 밝다”고 말해 석학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또 건축 학자를 장래의 희망분야로 적어낸 경남과학고 1학년 좌은혁군은 “한국에서 제일 높은 타워팰리스는 262m로 아랍의 버즈두바이보다 훨씬 낮다”며 “앞으로 건축학자가 돼서 버즈두바이보다 훨씬 높은 건물을 짓고 싶다”는 포부를 밝혀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다.

다음에는 석학들의 특별강연이 이어졌다. 첫 강연자인 인하대 이일항 교수는 ‘과학자의 삶과 길’이란 주제를 통해 과학영재들이 가져야 할 덕목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 교수는 “과학과 공학의 차이점은 과학은 모르는 것을 알게 하는 것이고 이를 유용하게 만드는 것이 공학이다”며 “아직도 밝혀져야 할 것이 많은 이 세상에서 과학자들은 항상 지식에 대해 겸손한 태도를 가져야 하고 공학자들은 사람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마음을 늘 지녀야 한다”고 말했다.

‘과학자로서의 나의 꿈’의 주제로 강연한 이화여대 남원우 교수는 “나는 공부가 좋아서 지금까지 해왔다”면서 “학자가 된 현재도 밤늦게 까지 공부를 하고 있다”고 말해 학생들의 박수를 받았다.

생존의 현장 우주에서 겸허함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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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 박사. 
왼쪽 소매에 선명한 태극마크를 단 유니폼을 입은 한국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 박사가 3번째 강연자로 나서자 학생들은 물론 석학들까지도 환성이 터졌다. 환대에 답하듯, 이 박사는 강하고 자신에 찬 목소리로 우주에 다녀온 소감을 들려줬다.

이 박사는 “사람들은 우주의 별에 가서 운석이라도 하나 주워온 것처럼 환상적으로 보지만 사실 나는 지상에서 350km 밖에 안 떨어진 우주공간에 다녀온 것일 뿐이다”며 겸손하게 말문을 열고 “하지만 그렇게 낮은 우주공간에서의 삶도 지상에선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힘겨운 것이었다”는 소감을 밝혔다.

또 “지구에서 쉽고도 안락한 삶을 거저 얻는 멤버십을 갖은 우리가 고마워하며 살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부끄러웠다”며 “우주에서의 잠깐의 생활을 통해서 지상의 삶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알았고 그런 느낌을 내려와서 말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 박사는 “수영의 박태환과 스케이팅의 김연아가 메달을 따니까 너도 나도 수영과 스케이팅 분야에 몰리는 작금의 현실에서 이소연이 우주에 갔다 오니까 과학을 좋아하지도 않는 학생들이 과학계로 몰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사람은 누구나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하고 과학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과학자가 되어야 한다”는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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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룡산자연사박물관을 탐방한 과학영재들. 

첫날의 마지막 일정은 충남 공주시 계룡산 자락에 위치한 계룡산자연사박물관 탐방. 버스로 이동하는 일정 중에도 멘토들은 자신의 멘티들 옆에 앉아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오후 5시 20분 넘어서 버스가 박물관에 도착하자 박물관 뒤에 병풍처럼 펼쳐진 계룡산이 먼저 영재들을 신비함으로 안내했다. 이어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영재들을 놀라게 한 것은 길이 25m, 높이 16m의 초대형 공룡화석 '천우호연'이었다.

이 공룡 화석들에 대한 전시 배경을 조한희 관장의 설명으로 직접 듣고 나서 영재들은 자연이 남긴 위대한 유산을 보존하는 일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지 깨닫게 됐다.

이외에도 600년 전 조선시대에 살았던 '학봉장군의 미라'가 썩지 않고 그대로 보존된 모습을 보고 영재들은 옛 조상의 지혜에 다시 한 번 감탄하는 분위기이었다. 또 천체, 건강, 생명, 해양, 곤충, 조류 등 각 분야에 걸쳐서 진열된 희귀 전시물들을 둘러보면서 영재들은 자연의 소중함과 예비과학자로서 환경 보존의 소중함을 느끼는 시간을 가졌다.

연구실 견학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2일차 일정을 남긴 과학영재들은 박물관 탐방을 끝내고 저녁 9시에 일찌감치 숙소로 이동했다.
bl_gray.gif조행만 기자 | chohang2@empal.com

bl_gray.gif저작권자 2008.08.08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