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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대표 여성과학자의 아름다운 기부
안지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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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지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  ⓒ

지난 1월 중순 모 일간지에 한 과학자가 실천한 따뜻한 선행이 보도돼 눈길을 끌었다. 2006년 '올해의 여성과학기술자상' 수상자 한 명이 포상금으로 받은 1천만원 전액을 '지구환경 및 재활용 교육재단'에 기부했다는 내용. 과학기술계에 작지 않은 감동을 안겨주는 훈훈한 소식이었지만 너무 작은 지면이 할당돼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없어 아쉬움을 남겼었다.

성공한 기업인의 전유물로만 여겨지는 기부를 과학기술계에서 행한 주인공인 안지환 박사를 최근 만났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자원활용소재연구부 책임연구원으로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안 박사는 자신이 행한 기부에 대해 "사실 환경과 재활용 교육이라는 큰 일을 진행하기에는 너무 적은 금액"이라면서 "그래도 일이 시작되는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고 바람을 밝혔다.

인하대 자원공학과를 졸업한 1호 여성과학자인 안 박사의 연구주제는 석회석이다. 석회석을 고부가가치 합성 파우더를 만드는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것.

석회석을 연구하는 이유에 대해 그녀는 "강원도 등 산지에서 석회석의 1톤당 가격은 3-4천원 수준으로 도시에 오면 1만2천원 내외에서 거래되고 있다"며 "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흔치 않은 매장자원임에도 불구하고 운송비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자원으로서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멘트 산업에만 활용되고 있는 석회석을 고부가가치 재료로 만들어 최대 1백배까지 부가가치를 높이겠다는 작지 않은 포부다.

1990년대 석회석 연구에 뛰어든 안 박사는 그동안 크고 작은 시련을 겪어야 했다.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석회석 연구를 꾸준히 진행한 데 비해 국내에서는 관련 연구가 거의 전무했기 때문. 우리나라가 꼭 진행해야 할 중요한 연구임에도 불구하고 단기간 성과가 나오기 힘들기 때문에 기업들도 무관심한 상황이었다.

"석회석으로 파우더를 만드는 연구는 솔직히 '지치는' 연구였습니다. 시간이 많이 걸리고, 전문인력과 고가 장비 등도 필요한데 연구를 시작할 당시에는 모든 게 부족했거든요. 2003년부터 광운대 겸직교수를 맡게된 것도 사실 전문인력이 필요해서 시작한 일입니다."

안 박사는 "최소 3년 단위로는 성과가 나와야 연구비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연구를 계속 진행할 수 있을지 고민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면서도 "최고의 기술을 반드시 한번 해봐야 겠다는 오기가 있었기에 지금까지 포기하지 않고 연구를 계속한 것 같다"고 밝혔다. 그녀의 노력은 현재 파이롯트 플랜트를 건설하는 결실로 열린 상황. 그러나 지금까지 이룬 성과에 대해 안 박사는 "70점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현재 성과에 결코 만족하지 않으며, 앞으로 더욱 많은 일을 하겠다는 의미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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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지환 박사가 기부 직후 계룡산자연사박물관 조한희 관장으로부터 감사패를 받고 있다.  ⓒ
2006년 공학분야에서 올해의 여성과학기술자상을 받게 만든 연구성과는 안 박사의 주관심사인 석회석 파우더에서는 조금 벗어나 있다. 무기폐기물을 재활용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유해 중금속 안정화 기술을 개발하고 국내에서 이 분야의 기초를 확립한 대단한 성과다. 이에 대해 그녀는 "연구 예산이 필요하고 한 과제에 계속 할 수 없어서 관련된 과제를 찾아서 하다보니까 결국 국제적인 수준으로 도달한 것"이라고 겸손히 밝혔다.

10여년 동안 석회석에 내리사랑을 보내 준 안 박사는 국내 석회석 자원 관리에 상당한 아쉬움이 있다고 소개했다. 그녀는 "일본의 경우 발에 채일 정도로 석회석 매장량이 많아도 생산량을 조절해 아끼고 절약하는데 반해 국내에서는 계획 없이 채광됐다"면서 "석회석이 부광이라고는 하지만 지금 남아있는 자원은 사실 품질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국내 석회석 자원은 깊이 파고들수록 불순물이 많은 양상을 보이는데, 표면에 존재하는 고품질 석회석들이 품질이 중요치 않은 시멘트 사업에 거의 사용됐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자신이 개발한 기술을 국내 원석에 적용하는데 한계가 있어 큰 아쉬움이 남는다고 한다.

연구에만 전념하던 안 박사가 환경과 재활용 교육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전국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의 재활용 분과 심사위원으로 참석하면서부터다.

"2004년부터 국립과학관에서 열리는 학생발명품대회 심사위원을 맡았는데 다른 분야들은 사이언스와 엔지니어링 측면에서 학생들이 상당한 수준에 도달해 있어서 놀랐습니다. 그런데 유독 재활용 분야만은 폐품을 재이용하는 수준이더라구요. 이 때 어린 학생들에 대한 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됐습니다."

안 박사는 "미국의 경우 어릴 때는 자연에서 놀고, 초등학교 때는 자연에 대한 호기심을 키우며, 중고등학교에 진학한 후 특화된 전문 교육을 받고 있다"면서 "특히 자연사박물관에서 진행되는 수준 높은 환경교육을 부럽게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러던 중 계룡산자연사박물관의 조한희 관장과의 만남은 그녀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가르쳐 주었다.

"우연히 조한희 관장님과 대화하면서 환경과 재활용교육에 대한 그 분의 깊은 지식과 의욕에 대해 감명을 받았습니다. 조 관장님이 지구환경 및 재활용 교육재단을 만들어서 환경교육의 메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하셔서 작은 액수를 기부하게 됐습니다. 앞으로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뤄질 교육에도 참여해 강의를 할 예정입니다. 무엇보다 공공성을 갖는 환경교육이 이런 노력을 시발로 해서 체계화됐으며 하는 바람입니다."

끝으로 안 박사는 여성과학기술자상 수상자로서 현재 진행하고 있는 작은 목표 하나를 소개해 주었다. 현재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딸을 이공계로 진학시키겠다는 포부다.

"제 딸아이와 진로에 대해 얘기를 나눌 때 자원공학은 어떤지 물어보면 3D여서 싫다고 하네요. 가장 측근에 있는 딸부터 기피하고 있는데 제가 바꾸지 못하면 어떻게 여학생을 유치할 수 있겠어요? 아직 고등학교 2학년이기 때문에 앞으로 계속 노력할 예정입니다."


/김홍재 기자  ecos@science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