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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 맘모스, 미라 등 소장품만 20만여 점...
이기석 선생, 사재 털어 계룡산자연사박물관 건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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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한희 계룡산자연사박물관장.  ⓒ
sci_110.jpg 현재 국내에서 문을 열고 있는 테마 과학관 수는 59개. 건강생명과학관, 천문과학관, 조류탐사과학관, 곤충탐사과학관, 생태과학관, 바다과학체험관, 우주환경체험관, 약초체험생활과학관, 최무선장군과학관 등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천체, 건강, 생명, 해양, 곤충, 조류 등 각 분야에 걸쳐 과학관이 소재한 지자체의 지리적, 역사적, 산업적 특성을 반영하고 있지만 규모 면에서 대부분 영세하고, 과학관 수에 있어서도 선진국의 8분의 1 수준(인구 기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테마 박물관 문화가 이처럼 취약한 것은 박물관을 건립하는 데 큰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해외 박물관들과 견주어 손색이 없는 제대로 된 박물관을 건립하려 한다면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기 마련인데 개인적으로 이 박물관 만들기에 뛰어들어 외국 박물관들과 경쟁하고 있는 사례가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계룡산자연사박물관’(관장: 조한희, 홈페이지 http://krnamu.or.kr/)이 대표적인 사례. 2004년 9월 21일, 충남 공주시 반포면 학봉리 계룡산 기슭 1만2천403평의 대지 위에 지상 3층, 지하 1층, 연 건평 3천691평 규모로 건립된 이 박물관의 설립자는 충남 청양 출신으로 대전보건전문대 이사장을 지낸 故 이기석 선생이다.

안과 의사였던 이기석 선생은 1956년 7월 10일 예비역 중령으로 제대한 후 대전에서 병원을 개업하면서부터 한국에 자연사박물관을 세우겠다는 꿈을 키웠다. 이후 세계 각국을 다니면서 박물관에 필요한 전시물들을 모으기 시작했는데 그 중에 세계적 희귀물들이 하나둘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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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이 25m, 높이 16m의 초대형 공룡화석 '천우호연'.  ⓒ
미국 캔자스대학 발굴팀에 연구비를 지원해 발굴한 길이 25m, 높이 16m의 거대한 초식공룡 뼈대(한국이름 천우호연)는 골격의 85%를 발굴한 세계에서 세 마리밖에 없을 만큼 귀한 화석으로 세계 공룡 목록에 한국 이름으로 새로운 종에 등록되기도 했다.

박물관에는 천우호연 외에도 ‘시타코사우르스(Psittacosaurus)’, ‘알로사우르스(Allosaurus)’, ‘드로마이오사우르스(Dromaeosaurus)’, 공자새(Confuciusornis)' 등의 공룡화석들과 '맘모스(Mammothus primigenius)', '동굴사자(Cave Lion)', 바다 파충류(Marine Reptiles)', 익룡(Flying Reptiles) 등 다수의 대형 화석들을 전시하고 있는 중.

관람객들이 처음 박물관에 들어서면 현관에서부터 전시된 초대형 동물화석들에 눈길이 가지만 전시실에 들어서면 모형이 아닌 실물들이 다양하게 전시되고 있는 사실에 더 큰 놀라움을 표시하게 된다. 평소에는 4천500여 점의 전시물을 선보이고 있지만 박물관에 소장하고 있는 전시물 표본의 수는 20만여 점이 훨씬 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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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맘모스 화석.  ⓒ
박물관에서는 각종 선사시대 화석을 비롯, 운석과 암석, 광물, 보석, 각종 동식물 화석, 곤충, 식물 등을 ▲ 공룡의 세계, ▲ 생명의 땅 지구, ▲ 자연과 인간 등 3개 테마별로 나누어 전시하면서 한 장소에서 살아 있는 자연의 모습을 생동감 있게 재현하고 있다.

최근 들어 가장 큰 관심을 끌고 있는 전시물은 600여 년 전 조선시대 학봉장군의 미라를 포함한 2구의 미라다. 2004년에 박물관에서는 대전광역시 목달동 송절마을 뒷산에 위치한 한 문중 묘 이장 중 두 쌍의 부부 합장묘에서 모두 4구의 미라를 발굴했는데 학술적인 검증을 거쳐 이 중 2구의 미라(남자)를 원형으로 보존했다.

조한희 관장은 “이기석 선생이 사재를 털어 박물관을 건립할 당시 공사비만 461억원이 투입됐지만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은 비용을 부담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박물관에서 보유하고 있는 소장품의 가치는 박물관 건립비용에 비해 최소한 수십 배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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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초기에 살았던 학봉장군의 미라.  ⓒ
박물관에서 이처럼 수많은 소장품들을 보존할 수 있었던 것은 박물관 건립자인 이기석 선생이 대전보건전문대에 세계에서 유일하게 ‘박물관학과’를 개설하고 전문 인력을 양성한 것이 크게 주효했다고 할 수 있다. 박물관에 관한 지식이 거의 없던 국내 상황에서 큐레이터 등 박물관 전문가들을 육성하는 일은 무엇보다 필요한 부분이었다.

자연사박물관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던 국내외 과학자들의 도움도 매우 컸다. 박물관 측은 자연사박물관에서의 깊이 있는 연구를 통해 ‘청운사자연사연구소’를 설립, 운영하고 있는데 국내외 대학, 연구소 등에 근무하는 20여 명의 전문가들이 학문 연구는 물론 소장품 보존과 전시 등에 큰 도움을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한희 박물관장은 “설립자 이기석 선생이 알아주지도 않고 수익성도 없는 상황에서 오직 박물관에 대한 꿈만을 가지고 이처럼 대형 박물관을 건립했다”고 설명했다. 세계적인 자연사박물관인 미국의 스미소니언박물관, 뉴욕자연사박물관 등도 개인이 전시품을 털어 박물관을 설립하는 과정을 거쳤다는 점에 비추어 계룡산자연사박물관 역시 비슷한 과정을 거치고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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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룡산자연사박물관 전경.  ⓒ
그러나 얼마 안 있어 국민들의 호응을 얻어 세계적인 박물관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처럼 “한국에서도 자연사박물관의 가치를 재평가하고 박물관 육성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자연사박물관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과학교육 및 문화적인 효과는 수치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매우 크다”는 것.

조 관장은 “이미 ‘공익재산’이 돼 버린 박물관을 세계적인 자연사박물관으로 키우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년 수억 원의 적자가 이어지지만 외국에 희귀 표본이 있다면 사재를 털어 그곳으로 달려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현재 박물관에 입장하는 관람객의 수는 연간 약 14만 명 수준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조 관장은 “학생들을 비롯한 더 많은 관람객이 찾아와 계룡산자연사박물관의 소장품 가치를 인정받기를 원한다”며 “특히 교육에 관여하시는 분들이 박물관에 더 큰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