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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공룡, 계룡산에 있었네

길이 25m·높이 16m 한국이름 공룡‘청운이’
600여 년 된‘조선시대 미라’눈길 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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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이 25m, 높이 16m의‘청운이’. 목이 몸통보다 1.6배나 더 길다. 바닥에 깔린 흙은 청운이가 발굴된 미국 와이오밍 주 모리슨 지층에서 채취한 것이다.

산 좋고 물 맑은 계룡산에 즐거움 한 가지가 보태졌다. 국내 최대 규모의 ‘계룡산자연사박물관’이 그 주인공. 우주의 탄생부터 현재까지 자연의 변화를 표본으로 보여주는 곳이다. 지난 주말 충남 공주시 반포면 계룡산 자락의 박물관을 찾았다.

△1층 : 공룡의 세계 “우와~, 엄청나게 크다!” 박물관에 들어선 관람객들은 어마어마한 크기의 공룡 화석을 보고 하나같이 깜짝 놀란 표정이다. 길이 25m, 높이 16m, 몸무게 80t…. 조립돼 서 있는 공룡 중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크다. 브라키오사우루스와 비슷한 초식 공룡. 공룡 이름이 ‘청운이’(애칭 계룡이)란다. ‘한국 이름을 가진 공룡도 있었나?’ 고개를 갸웃거리는 관람객들에게 송안나 학예사가 다가섰다. “우리 박물관이 미국 캔자스대학에 연구비를 지원, 2002년에 발굴한 공룡이에요. 세계 공룡 목록에 한국 이름으로 등록됐답니다.” 대부분의 발굴 작업에서 공룡 골격은 50% 정도만 발견된다. 그런데 청운이는 전체의 85%가 나왔다.

발굴 작업을 담당했던 캔자스대학팀이 청운이를 넘기기 아쉬워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최근 캔자스대학 팀은 “지원받은 연구비에 돈을 더해 줄 테니 청운이를 넘겨달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발굴 작업에 큰돈을 내놓았던 계룡산박물관 측은 청운이 때문에 부랴부랴 박물관 설계 도면까지 바꿔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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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름 85cm, 무게 150kg의 암모나이트. 중생대 쥐라기 바다에 살았다.

청운이 옆에는 육식성 공룡인 알로사우루스가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고 있다. 발굴 당시 청운이의 어깨에 알로사우루스의 이빨 뼈가 박혀있었다고 한다. 두 녀석이 같은 시기에 살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확실한 증거다.

△2층 : 생명의 땅, 지구 우주의 역사부터 시작해 한반도의 다양한 암석과 광물들, 그리고 희귀하고 아름다운 보석들도 만나볼 수 있다. 전 세계에 단 4점밖에 없는 ‘동굴사자’ 골격, 세계 최고 크기의 흰긴수염고래(30m)의 척추와 아래턱, 어깨뼈 진품 표본이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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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 관람객들이 인간의 진화 과정을 보여주는 두개골들을 살펴보고 있다.

△3층 : 자연과 인간 자연의 중심인 인간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곳. 건강은 물론이고 죽은 후에 가게 될 사후(死後) 세계를 영상으로 감상할 수 있다. 600여 년 된 조선시대 초기‘학봉미라’를 비롯한 2구의 미라는 가장 눈길을 끄는 전시물. 고대 이집트 미라와 달리 자연적으로 시신이 말라 만들어진,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미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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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물관 전경

계룡산자연사박물관은...

2004년 9월 고 이기석 박사가 40여 년간 수집한 표본과 500억 원이 넘는 재산을 쏟아 세웠다. 갖고 있는 20여 만 점의 표본 중 4500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지상 3층·지하 1층의 건물 면적은 1만 2200㎡. 서울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의 2배 크기로, 국내 자연사박물관 중 최대 규모다. 지난 2년간 28만 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매달 마지막 주 일요일 오후 3시 특강이 열리며, 토·일요일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4~10월까지는 쉬는 날이 없고 11~3월 중에는 매주 월요일 문을 닫는다. 어린이 6000원, 어른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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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찾아가요

△경부고속도로 회덕분기점→

호남고속도로→유성I.C→

동학사 방면→삼거리에서

계룡사 방면으로 우회전→

박정자삼거리에서 좌회전→

학봉주유소에서 우회전→

계룡산자연사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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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립자 청운 이기석 박사 (1923~2005년)

1956년 대전에서 안과를 열었다. 병원을 운영하며 무료 개안 수술 등 봉사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친 것으로도 이름 났다. 1977년 학교법인 청운학원을 세워 대전보건대학을 개교했다. 세계 곳곳을 누비며 광물 6만 6000점, 동식물 2만 9000점, 곤충 3000점, 화석 2600점 등 20여만 점을 모았다. 이 박사의 며느리인 조한희 계룡산자연사박물관장은“이 박사님은 어린이들이 자연사박물관에서 탐구 정신을 길러 노벨상을 수상했으면 하는 소망에서 박물관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그는 오랜 준비 끝에 문을 연 자연사박물관에서 쓰러져 세상을 떠났다.


/ 공주=글·류현아 기자 haryu@chosun.com
사진·한준호 기자 gokorea21@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