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많은 사람들이 연구하는 계기 되길”화석 1000여점 통큰 기증

"이치영씨, 계룡산자연사박물관에 화석 1000점 기증 "대구 인근 대규모 박물관 없어"… 화석연구 20년 외길

20140214010007825000001001.jpg

 

 

오는 16일 계룡산 자연사박물관에 개장 예정인 한국화석 기증전시실에서 화석 1000여 점을 기증한 이치영 씨가 화석 전시실 개장준비를 하고 있다. 김달호 기자
"창고의 어둠속에 갇혀 있던 화석들에게 빛을 보여주기 위해 기증하게 됐습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화석에 대해 관심을 갖고 같이 연구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대구시에 거주하는 이치영(73)씨는 지난 20여 년 간 모은 화석 1000여 점을 계룡산자연사박물관에 기증했다. 이 씨와 함께 양승영 씨, 전희영 씨 등이 기부한 화석 2000여 점을 바탕으로 박물관은 '한국화석 기증전시실'을 오는 16일 개관할 예정이다.

이 씨가 화석 1000여 점의 전시장소로 충남 계룡에 위치한 자연사박물관을 택한 것에는 이유가 있다. 이 씨가 거주하는 대구 인근에는 규모가 큰 자연사 박물관이 없었고 계룡산자연사박물관 측이 전국 최초로 이 씨의 이름을 딴 '한국화석' 전용 전시실 마련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이 씨가 기증한 화석 1000여 점은 금액으로 환산할 수 없을 만큼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채집한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의 곤충, 식물, 조개 등이 총망라 돼 있다.

이 씨는 세포병리학을 전공하고 평생 병원에서 병리사로 일했다. 그러던 중 화석에 대해 흥미를 갖고 한국화석회에 가입하는 등 50대 시절부터 화석을 채집, 발굴하기 시작했다.

화석이 발견됐다는 소식을 들으면 그는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갔다. 남해안에서부터 동해안, 서해안, 내륙까지 그가 발을 디디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화석에 몰두하며 20여 년을 살았다.

이 씨는 "수 억 년 동안 땅속에 묻혀 있던 화석들이 빛을 보게 되고 그로부터 우리의 옛모습을 발견하면서 화석에 대해 흥미를 느꼈다"며 "고생물들의 삶의 흔적을 찾을 때마다 말로 형언할 수 없는 희열을 느꼈고 그로 인해 화석의 수집에 미쳐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씨는 그렇게 모은 1000여 점의 화석을 계룡산자연사박물관에 기증하기로 결심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화석에 대해 같이 연구하고 화석에 대한 교육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이 씨는 "제가 가지고 있어봤자 지하의 창고속에서 저만의 향유물이 되며 화석으로써의 가치는 낮아질 것"이라며 "내가 그랬던 것 처럼 보다 많은 사람들이 화석을 보고 예전의 우리 모습을 느낄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 기증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에 계룡산자연사박물관측은 한국화석 기증전시실을 별도로 마련하고 오는 16일 오후 3시 개관식을 갖는다.

조한희 박문관장은 "이번 기증은 굉장이 의미가 깊다"며 "혼자 보관하면 개인의 사유물이 되지만 기증을 함으로써 전 국민이 공유할 수 있는 화석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기증을 통해 계룡산자연사박물관도 명실공히 한국의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 화석을 보고 환경을 연구하는 전당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달호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