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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국립과학관과 MOU 체결한 까닭은...”
계룡산 자연사박물관 조한희 관장, 본지에 밝혀

“태국은 생물자원이 풍부한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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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한희 계룡산 자연사 박물관장(오른쪽)과 태국 국립과학관 피차이 손차엥(Pichai Sonchaeng) 관장이 MOU를 체결하고 있다.  ⓒ
우리나라 최대규모로 가장 많은 소장품을 전시하고 있는 자연사 박물관인 계룡산 자연사 박물관을 이끌고 있는 조한희 관장은 최근 외국에서 열린 학술대회에 참석했다가 뜻밖의 커다란 수확을 거두었다. 태국에서 가장 큰 과학관으로 과학기술부 산하의 국립과학관(National Science Museum)과 MOU(양해각서)를 체결하는 행운을 얻은 것.

허다한 MOU다. 태국 국립과학관과 MOU를 체결한 게 뭐가 그리 대수로운 일인가?라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전혀 그렇지가 않다. 평범한 MOU가 아니다. 태국은 UN이 선정한 생물 다양성 국가다. 자연사와 생물학 차원에서 아주 풍부한 자료를 갖고 있는 나라다. 이런 나라의 최대 박물관인 국립과학관과 각종 교류를 추진할 수 있기 때문에 계룡산 자연사 박물관에 온 열정을 바치고 있는 조 관장으로는 뜻밖의 수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또 계룡산 박물관을 찾는 우리나라 국민들에게도 좋은 기회가 아닐 수 없다. 어족자원을 비롯해, 각종 곤충 등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어려운 다양하고 희귀한 자원들을 앞으로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 비단 조 관장에게만 수확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도 큰 수확이다.

“교환전시는 물론, 연구소도 설치”

“태국 박물관 측은 ‘앞으로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우선 저의 계룡산 박물관과의 교환전시를 통해 태국의 풍부한 자료들이 조만간 한국으로 오게 되면 감상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각종 심포지엄과 세미나를 공동으로 개최하면서 태국의 풍부한 생물자원에 대한 학술적 접근도 가능하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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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국 과학축전2007에 참가한 조한희 계룡산 자연사 박물관장(가운데).  ⓒ
자연사 박물관에 소장된 소장품만을 감상하는 것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대전 보건대학에서 박물관학 교수이기도 한 조 관장의 집념은 대단하다. “교환전시가 전부가 아닙니다. 소장품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하지요. 그래서 태국 국립과학관에 계룡산 박물관측의 연구소 설립을 허락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다행히도 그 쪽에서 우리측 연구소 설립을 허락했습니다. 이러한 연구소를 통해 각종 희귀자원에 대한 수집과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질 거고, 그에 따라서 우리나라 자연사 박물관의 질도 높아질 겁니다. 또 계룡산 박물관을 찾는 어린이를 비롯해 관람객들에게도 더 한층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태국, 한국 IT기술에 대해 잘 몰라서 아쉬워”

조 관장의 ‘커다란 수확’이란 여기에서 끝나는 게 아니다. 조 관장에 따르면 MOU를 체결한 태국 국립과학관 산하에는 3개의 과학관이 있다. 과학기술을 전시하는 과학관(Science Museum), 다양한 생물을 전시하는 자연사 박물관(Natural History Museum), 그리고 IT 박물관(IT Museum)이다.

“그래서 생물학 자료교환 연구도 중요하지만, IT를 포함한 태국의 과학기술과의 교류도 가능해집니다. 과학기술, 특히 IT기술은 우리가 훨씬 앞서고 있기 때문에 이번 MOU 체결을 계기로 우리의 첨단 과학기술을 알릴 수 있는 기회도 마련된 것이죠

사실 태국에서 이번 MOU를 체결하면서 약간 아쉬운 게 하나 있었습니다. 태국이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자존심이라고 할 수 있는 IT기술에 대해 별다른 관심이 없다는 걸 알았습니다. 관심이 아니라 아마 한국의 IT기술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의 세계적인 최고 기술인데도 말입니다. 우리의 IT를 태국에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마련돼서 개인적으로 기분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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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문화의 지킴이, 소중한 자연과 생명의 전도사 역할이 꿈”

조 관장은 지난 6월 일본 동경에서 열린 아시아 태평양 지역 과학관 학술대회인 ASPAC에 참여해 ‘과학에 흥미를 유발하기 위한 박물관의 마케팅 전략’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이 학술대회를 통해 태국의 과학관 인사들을 알게 되면서 인연이 시작됐다.

그리고 8월 10일, 조 관장은 우리나라 한국과학문화재단이 주관해서 열리는 ‘대한민국 과학축전’과 같은 성격의 태국 과학축전에 초청받아 계룡산 자연사 박물관에 대해 자세히 소개했다. 이곳에서 태국의 국립과학관 피차이 손차엥(Pichai Sonchaeng) 관장과 MOU를 체결하기에 이르렀다.

사이언스타임즈가 조 관장을 만난 것은 대한민국 과학축전이 한참 열리고 있던 지난 12일 일요일 일산 킨텍스(KINTEX)에서다. 태국 국립과학관과 MOU를 체결한 조 관장은 쉴 틈도 없이 곧장 서울로 날아와 새벽 아침 과학축전 현장으로 왔다. 과학축전에 전시된 계룡산 자연사 박물관 부스를 돌아보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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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룡산 자연사 박물관에서는 요즘 '공룡 청운이'와 함께 하룻밤을 지내는 청운 과학캠프가' 어린이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
“자연사 박물관을 통해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가슴에 아름다운 꿈을 선사하는 것”을 철학으로 삼고 있는 조 관장은 “앞으로 좋은 볼거리를 더욱 많이 마련해서 관람객들에게 과학의 아름다움과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울 수 있는 자연사 박물관을 만드는 데 전력하겠다”는 말을 전했다.

‘공룡 청운이’ 프로그램 폭발적 인기

자연사 박물관을 통해 과학문화의 지킴이로서, 생명과 자연의 소중함을 전파하는 전도사로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조 관장은 “다양한 소재와 프로그램을 개발해 평생교육기관으로, 세계 최고의 자연사 박물관으로 거듭나는 데 모든 열정을 바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2004년 9월 21일에 개관된 계룡산 자연사박물관은 1만2천 평 대지에 4천 평 규모의 시설을 갖춘 국내 최대 자연사 박물관이다. 최근 진행하고 있는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청운과학 캠프’로 어린이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1억4천500만년 전에 살았던 ‘공룡 청운이’와 하룻밤을 지새우며 공룡의 발자취를 더듬어 보는 프로그램이다. 청운(靑雲)은 설립자 고(故) 이기석 박사의 호.

이화여대에서 지구과학을 전공한 조 관장은 졸업 후 1986년 미국 웨스트민스터 대학에서 MBA 과정을 밟았다. 그러나 당시 박물관 설립을 구상하던 시아버지 이기석 박사(초대 관장)를 돕기 위해 다시 한국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 박사의 평생 숙원인 계룡산 자연사 박물관을 꾸려나가기 위한 노력에 조 관장의 이마에는 땀이 식을 새가 없다.
/김형근 편집위원  hgkim54@hanmail.net


2007.08.16 ⓒScience Times